仁/正

[슬픈한국] 각본주의의 폐해

I T69 U 2011. 5. 9. 00:41

 

각본주의의 폐해

 

2011.05.08 10:17

 

 

 

각본주의의 폐해

-소수의 각본 vs 인터넷신뢰망의 진화

 

 

이건희의 최근 낙제점발언이 기억나는가. 그 발언을 보면서 제일 먼저 "각본"이란 단어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다들 알다시피 이명박 정권 취임이후 삼성등에 감세,고환율,토건발주등으로 퍼준 특혜규모는 수백조원에 육박한다. 

 

그런데 그런 은혜를 입은 이건희가 왜 이명박정권의 경제성적이 낙제점에 가깝다는 힐난을 했을까. 이건희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임기중에도 대놓고 그런 비판을 한적이 없는 인물이다. 더구나 평소 혼을 실은 로비를 강조할 정도로 권력계층의 마사지에 행동 하나하나가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스러운 인물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각본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이야기가 된다. 선거를 앞두고 친재벌 반서민정권이란 비판에 시달리던 이명박과 삼성이 막후 물밑교감하에 서로 물어 뜯어가며 대립각을 연출함으로서 분위기반전을 도모한것일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적반하장이 아니라 그걸 가장한 보은행위라는것이다.

 

이명박의 시녀 최중경이 기름값 문제로 내수기업들에게 엄포를 놓고 또 다른 시녀 최시중이 통신비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것 역시 마찬가지일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언론들이 "물가안정노력은 바람직하지만 강제로 가격인하를 유도하는것은 반시장자유주의에 다름 아니다"라고 한입 거든것 역시 짜여진것일수 있다. 여기서 방점은 "강제" "반시장자유주의"가 아니라 "물가안정노력" "이를 위한 물불 안가리는 필사의 노력"일것이다.

 

이렇듯 이명박의 모든 행동들이 짜여진 각본대로다. 임기초 고환율 임기말 저환율,임기초 부자감세 임기말 서민복지시늉,임기초 친재벌 임기말 재벌과의말싸움등.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이건희의 복귀시점에 맞춰 삼성전자의 실적이 20조원에 육박하는 정점을 찍은것은 회계각본에 따른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보수신문들이 이명박 비판을 일절 삼가하다 임기후반에 도달하자 예의 "전임자 밟고가기"기색을 보이기 시작한것도 마찬가지다. 

 

그럼 각본은 보수기득권들만의 전유물인가. 그렇지 않다. 민주당이 노무현을 싫어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예전 "이인제와의 나눠먹기 사전각본이" 국민경선에 의해 뒤집어엎어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민 경선이 드라마가 될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짜여진 각본" 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역동성을 불러왔고 참여와 반전을 일으킬수 있는 원동력이 된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짜여진 각본대로 야권통합을 하자고 한다. 야권이 통합해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면 국민이 감동해 표 몰아줄것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정말 감동스러울까. 민주당,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이 하나의 대오아래 묻지마 헤쳐모이면 국민이 감격스러워하며 밑도 끝도 없이 눈물을 흘려줄것이냐 이말이다. 답은 그렇지 않다는것이다. 그것은 이전투구일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야4당을 불러들여 찌그러트려 죽이겠다라는 생각뿐이다. 특히 주관심사는 유시민이다.

 

왜 민주당이 유시민을 싫어할까. 바로 "각본대로 안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주장하는 기간당원제역시도 각본이 보장될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당권을 당원에게 넘겨주면 소수가 각본대로 좌우하던 구도에서 다수가 각본없이 출렁이는 기득정치인들에 끔찍한 사태로 흘러갈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유시민의 진보통합논의에 왜 주저하고 있는가. 이것 역시 각본때문이다. 이들의 각본은 "진보 순혈주의다" 보수의 폐해가 60년간 뒤덮였던 이나라에 10년이란 기사회생의 호기를 국민이 마련해주었는데 제대로 된 진보정책을 쓰지 않은채 우왕좌왕하다 진보정치의 싹을 밟아내버렸다는게 김대중 노무현에 대한 이들의 평가인것이다.

 

한 마디로 유시민은 진보가 아니라는것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주장 역시도 유시민을 불러둘여 찌그러트려 죽이겠다는것이다. 백의종군하라는것이고 우리가 제대로 하는것 보고 배우라는것이다.

 

그러나 내 눈에 민주노동당은 진보가 아니다. 비정규직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면 정규직이 사다리 걷어차는게 진보인가. 하부노동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이민정책을 무턱대고 찬성하는게 진보인가. 정규직 일자리를 세습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진보인가. 신규 청년채용을 거부한채 평균연령 50대로 치닫고 있는 부모가 자식 실업자 만들어 자기자리 보전하는 식의 모습이 진보인가. (민노총 소속 정규직노조의 평균연령은 무려 48세에 달한다. 반대로 신규채용율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속에서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는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내세울것이라고는 노무현의 삼성유착설과 FTA패착밖에는 없는것이다. 그러나 전자는 완벽한 거짓이고 후자는 조심스러운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노무현은 삼성과 유착한 적이 없다. 감세,고환율,수도권인허가,금산분리규제완화,민영화,복지축소,종부세반대등의 요구를 단 한번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FTA는 조세복지선진화 지향, 특혜와 반칙철폐 ,토건국가 종식,대기업생산기지의 무분별한 해외이전환류,북한의 생산기지발전 유도등의 대전제 하에 불리한 협상이 아닌 방향으로 이끌어보려 했던것뿐이다. 따라서 이명박의 의도와는 하늘과 땅 차이인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은 노무현의 FTA나 이명박의 FTA나 도찐개찐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노무현이 FTA한다고 설친덕에 이명박의 앞길에 양탄자 깔아준 꼴이 되었다고도 비판한다. 이것은 토론의 자세가 아니다. 진보의 자세는 더더욱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은 신자유주의 추종자"라는 각본하의 비이성적 작태일뿐이다. 진보가 가장 경계해야할 이데올로기적 교조주의에 젖은 모습이자,각본대로의 데마고기일뿐이다. 이러한 김대중,노무현을 인정하고서는 자신들이 살길은 없다라는 착각은 바로 자신들이 진보이며,자신들만이 진보라는 지적독재에서 비롯되는것이다.

 

"내가 이르노니 너희 어리석은것들은 믿느뇨?" "순한 양처럼 따라오겠느뇨?"라는식의 이러한 행태는 수구기득권들의 각본주의,계획주의,독재주의,소수독점주의,계몽주의,사다리주의,단계주의와 본질적인 측면에서 전혀 다를것이 없다. 특히나,인터넷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그 속에서의 신뢰망구축을 훼방하고 국민적정치참여의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요소라고 할수있을것이다.

 

만약 민주노동당이 진정한 진보정치세력이 되고 싶다라면(현재 민주노동당,진보신당등은 진보를 나불대고 있지만 진보라고 할수없다. 단지 나불대고 있을뿐이다)거창하게 사회를 바꾸려 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사회는 개인의 삶의 양식이 만들어내는 비각본적 드라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를 각본대로 만들어내려는 모든 노력은 결국 독재란 하나의 길로 만나게 됨을 의미한다. 대안은 내가 바로서는것이다. 남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성하며 옳은 대안의 모습을 갖춰냄으로서 말과 행동의 부가없이 남들을 변화시켜내는것이란 이야기다.

 

진보적 발전이란 오직 그러한 토대위에서만 가능하다. 거창하지 않고 소소하게 하고,사회를 바꾸려 하지 말고 개인이 바로서고,계획과 각본 그리고 우월감으로 충만한채 내려다보지 않고 낮은자세로 일관할때 사람과 공동체가 조금씩 변모되어갈수 있고 그 기저위에서만 진보적기치의 지난한 향상이 이뤄질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도,민주당도 그리고 진보류들도 유시민이 계획적이라고 주장한다. 복잡한각본이 있다고 주장하며 욕심이 많다고 주장한다.

 

그럼 나는 왜 유시민을 좋아하는가. 유시민은 각본이 없고,욕심이 없기 때문에 좋아한다. 이것이 유시민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소리일까. 유시민이 의석 수백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일까. 그리 생각한다면 천만의 만만의 말씀이다. 나는 유시민이 뭐가 될지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다만 그는 국민의 정치도구,정확히 말하자면 국민 스스로가 주인된 정치 참여로 이끌어줄 하나의 쓸모있는 도구로서만 바라보고 있을뿐이다. 나는 그 효용이 다해 폐기될때까지만 유시민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생각을 가지고 있을뿐이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수 있었던 이유는 김대중이 만들어준 각본없는 무대위에서 각본없이 살아온 정치역정이 통했기 때문일것이다. 똑같은 이치로 유시민이 오늘날 모든정치기득권으로부터 박해받고있는 이유는 그러한 드라마의 재현이 가능할 우려를 보여줄 독보적인 정치인이기 때문일것이다.

 

현재 문성근은 자신의 각본대로 야권이 통합되길 간절히 원한다. 민주당은 자신의 각본대로 유시민을 불러들여 잡아죽이길 원한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각본대로 유시민이 낮은 자세로 기어들어와 스스로 진보의 불쏘시개로 산화해주길 원한다. 

 

그럼 유시민의 각본은 과연 무엇일까. 그의 유일한 각본은 정당민주주의의 발전,그속에서 국민 하나하나가 정치의 주인으로 우뚝서는 참여정치의 발전 그리고 그 위에서의 진보적 복지국가로의 도약일것이다.

 

마음이 가는대로 행복한 일상생활을 구가할수 있는 자유주의적 국가. 그렇지만 그 속에서의 실패와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존재로서의 진보주의적 복지국가의 교합. 그것이 바로 꿈많은 청년 유시민이 원하고 있는 진정한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정치인은 이상주의자여야 한다. 진보라면 더욱 그래야만 할것이다. 다만 그것은 국민의 반발짝 뒤에서 지치지 않고 함께하며 눈앞에 보여줄수 현실이기도 해야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유시민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은것이다.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거미줄같은 지겨운 매트릭스의 각본속에 온통 휘감겨져 있는 우리 사회공동체의 오아시스같은 존재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