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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1호기 '멜트다운'…끝내 대재앙?…미국 긴급 회의 소집

I T69 U 2011. 5. 17. 02:08

일 원전 1호기 '멜트다운'…끝내 대재앙?
핵연료 녹아 압력용기 구멍 뚫려 흘러내려…미국 긴급 회의 소집
     조현호 chh@mediatoday.co.kr 
   
2011.05.13  15:43:34




“1호기 연료봉들이 녹아내려 원자로(압력용기) 바닥에 고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이나 신드롬’은 아니다.”


12일 후쿠시마 원전을 운용하고 있는 도쿄전력 마츠모토 준이치 대변인이 한 말이다. 그가 ‘차이나 신드롬’이란 말을 한 것은 그 가능성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말을 언급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1호기 원자로 상태가 ‘최악’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마츠모토 대변인의 이 말을 인용하면서 “차이나 신드롬이란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려 제어할 수 없는 핵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빗댄 말”이라며 “일본 원전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차이나 신드롬’은 1970년대 미국에서 최악의 원전 사고를 상정해 만들어진 신조어. 원자로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멜트 다운’이 시작되면 핵반응에 따른 고온·고열로 원자로 바닥의 땅까지 계속 녹아내려 지구 중심을 지나 미국 땅의 반대편인 중국까지 뚫고 나갈 수 있다는 발상에서 생긴 조어다. 실제 이같은 내용의 '차이나 신드롬'이란 영화도 제작됐으며, 그 다음해에 스리마일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폭발장면. 지난 3월 17일 방송된 YTN 화면 캡쳐.

 
13일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12일 저녁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원자로 내 핵연료의 대다수가 녹아내려(노심용해) 있는 상태라고 밝히고, 이에 따른 고열로 압력용기 바닥에 직경 수 cm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측은 지금까지 상당 부분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린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2, 3호기와는 달리 1호기의 경우에는 핵연료봉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인 것으로 추정해왔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의 냉각수 수위가 4m 정도 밖에 안되는 것으로 확인 된 점이다. 도쿄전력은 지진과 해일로 냉각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자 긴급 조치로 압력용기 밸브를 개방해 해수 등을 투입해 핵연료봉이 손상되지 않았을 때 필요한 냉각수 수위인 12m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지난 12일 일부 작업원들이 원자로 건물에 들어가 고장난 수위계를 고쳐 정확한 수위를 파악한 결과, 압력용기의 냉각수위가 4m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매시간 약 8t의 냉각수를 투입해 왔으며 그동안 투입한 냉각수는 총 1만㎥에 이른다.



도쿄전력측은 그동안 이들 냉각수가 고열로 인한 증기 발생으로 터빈실 등으로 빠져 나가는 것으로 보고 폭발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냉각수 투입량을 조절해왔지만, 이번에 1호기의 핵연료봉이 모두 녹아내린 상태로 압력용기 바닥에 구멍까지 뚫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핵연료봉이 모두 녹아내리고 구멍까지 뚫린 상황은 곧 ‘차이나 신드롬’을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12일 워싱턴에서 위원회를 소집해 긴급 설명회를 가졌다. R. 윌리엄 보차트 위원장은 뉴욕타임스에 “후쿠시마 원전 상태가 안정된 상태라고 할 수 없지만, 큰 변화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도쿄전력의 마츠모토 대변인도 “현재 압력용기의 온도는 섭씨 100~120도로 안정돼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차이나 신드롬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압력용기의 온도가 그리 높지 않아 녹아내린 핵연료가 연쇄 핵반응을 일으키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압력용기의 온도가 예상과 달리 높지 않은 것이 녹아내린 핵연료가 핵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인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왜냐하면 녹아내린 핵연료가 뚫린 구멍 등으로 이미 지하로 빠져나갔거나 격납용기 등으로 흘러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최악의 ‘차이나 신드롬’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으며, 압력용기 바깥의 격납용기로 흘러나갔을 경우 추가적인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만약 녹아내린 핵연료가 핵반응을 계속하면서 지하로 침투할 경우 지하수맥등과 만나면 역시 폭발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 투입한 냉각수가 증기가 돼 빠져나갔을 것이란 예측과 달리 압력용기 바닥의 뚫린 구멍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1만㎥의 고농도 방사선 오염수의 행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고농도 방사선 오염수가 어떤 경로로든 원자로 외부로 유출된 만큼 이에 따른 방사선 피해도 크게 우려되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1호기 연료봉이 녹아 중력으로 아래로 흘러내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사태를 보다 빨리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향후 사고및 대응 검증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다노 관방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1호기의 연료봉 멜트 다운이 사고 초기 단계에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에다노 장관은 향후 6~9개월 안에 원자로를 안정적으로 냉각시키겠다는 당초의 사태수습 일정에 대해서도 “일부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13일자 보도에서 “아직 가장 우려스러운 사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전문가들은 연료봉이 녹아내리면 연쇄 핵반응이 일어나 모든 차단막을 붕괴시켜 방사선 물질이 파국적으로 유출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압력용기의 온도가 높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전문가들의 발언과 함께 “(압력용기의 낮은 온도로 미루어 볼 때)1호기의 연료봉 손상은 이미 끝난 상태가 아닌가 한다”는 낙관적인 견해도 같이 소개했다.



한편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트위터 사용자 닉네임 ‘당그니’는 13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의 프리랜서 언론인 다나카 류사쿠의 말을 빌어 “최후의 보루라는 격납(압력)용기에도 구멍이 생겼다”며 “(문제는) ‘1000톤의 물은 고농도오염수가 되어 지하로 스며들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앞으로도 원자로 냉각을 위해 물을 주입하지 않으면 안된다→이 오염수가 바다로’와 같은 반복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바다는 죽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모니터링 수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그린피스를 문제의 해역에 들여보내지 않는 것은 진짜 수치가 알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다나카 씨의 말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