俺/作

새벽 통증 - 김중식

I T69 U 2011. 6. 21. 22:45
김중식,『황금빛 모서리』

"너무 빨리 나이든 영혼의 방황의 기록"


『황금빛 모서리』는 김중식의 첫 시집이고 아직까지는 유일한 시집이다. 이 시집은 세상과 치열하게 대결한 한 영혼의 방황의 기록이다.

날 때부터 고통의 짐을 지고 태어난 시인은 자신을 낙타에 비유해 ‘낙타는 전생부터 지 죽음을 알아차렸다는 듯 두 개의 무덤을 지고 다닌다’(<완전무장>)라고 운명 짓는다.
‘아프게 살 / 용기 없는 자 죽을 것’이라며 세상과 강경한 대결을 취하던 그는 사소한 삶에 충실했던 이들에게 보낸 ‘그때의 비웃음을 철회한다…
 새벽녘에 혁명을 읽은 흔적은 없는 그였지만 / 한 여자 때문에 두 번씩이나 약을 먹었던 그 친구에게 / 나는 오늘 용서를 빌어야 한다.’(<참회록>) 그의 생각의 전환은 일탈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이탈한 자가 문득>) 느낀다.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느낀 그의 사랑은 ‘영혼이 꺼멓게 탈진할수록’(<모과>)지속적인 향기를 내는 모과와 같은 사랑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세상의 중심을 향해 있다. 그래서 괴롭다. 세상의 고통으로부터 떠나온 유배생활을 존재의 근거로 사는 갈대와 같이 ‘변명하외다 고로, 존재하외다 전율로서, 외곽에서’(<갈대 2>) 도피한다. ‘食보다 識을 끊’(<송충이도 못된 사내>)으면서 조로에 걸린 아이처럼‘지내고 나면 못 견딜 일이란 없잖아요’(<十歲而臥>)라고 읊조리면서.

‘활처럼 긴장해도 겨냥할 표적이 없’(<일탈 이후>)는 시대에 시인의 치열한 자기 고백적인 선언은 깊은 울림을 준다.
‘나는 요즘 참을 수 없는 일이 없고 / 심지어 그 말까지 참을 수 있는 / 어른이다, 기다림 끝, 선생이다’(<공중변소에서>) 시인의 자기 고백은 세상의 고통에 분노하지 못하고 눈 감고 귀 막은 이 시대의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 (박병성 - [더 뮤지컬] 편집장)







새벽 통증



옆 침대 환자는 너무 오래 참은 것 같다
가래와 대변에서도
피가 섞여 나온다 한다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이들에게
속마저 속을 긁는 새벽

사람의 말투엔 그 삶의 억양이 배어 있는 것 같다
식구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내가
배다른 형제자매의 아픔도 느끼는 시간
내 아픈 곳이 세계와 의사 소통하려 한다
세계는 정녕 안녕하신가
과연 안녕해도 되는가
몸 전체로 지저귀며 솟구치는 새는
온몸으로 상처겠구려
地下 二層 영안실에서 千年을
저 몸 사르는 香
내음새
病 깊어져도
나는 너의 조용한 깊이를 모른다.





ㅡ김중식 시집『황금빛 모서리』문학과지성사(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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